소립시

처음 본 꽃

소립 2008. 10. 12. 19:04

처음 본 꽃
                      - 소립 -

얼마전 처음 본 꽃이 있습니다
인도의 보도블럭  틈 사이로
한송이 피어 있었습니다

백목련처럼 환하면서 단아하고
순결해 보이는 꽃입니다
길을 가다 멈추고 쪼그려 앉아
구부정히 향기를 맡습니다
사무실 물병에 꽃아둔 들국화 향기처럼
은은하여 마음이 설레이고 즐겁습니다

이제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그 꽃이 마음에 걸립니다
쉬 자리를 뜰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밟히면 어쩌지'
'누군가 이쁘다고 꺾어가면 어쩌지'
이런 고민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보도블럭을 들어내고 모종삽으로 조심스레
뿌리까지 들어내어 좋은 자리에 뿌리내리게 하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겁니다
'잘못 옮겨 심어 말라죽기라도 하면'
하고 걱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것이 없는 것처럼 그 꽃은
십일도 아니되어 사그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무심한척 지나치면 아니 될 것 같습니다
그 꽃을 위해 제 작은 마음가짐이라도
실천해야 겠습니다
기억과 의식이 존재한다면
마음속에 영원히 꽃 피울 것입니다

오늘도
그 꽃이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