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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6 천문학 소모임을 다녀와서..

천문학 소모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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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적부터 별에 대한 동경과 꿈을 갖고 자라는 것 같다. 난 별이라 하면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옥상에서 신문지 깔고 자면서 별(별똥별과 함께)을 봤던 기억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스무 살 청년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스테파니 아가씨와 밤새 별자리에 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이 중학교 시절 왠지 모를 설레임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일화는 초등학교 때인가 주기가 76년인 ‘핼리혜성’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뉴스를 들은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결국은 보지 못했는데(이 때는 밤하늘을 바라보면 멋진 꼬리를 가진 핼리혜성을 육안으로 굉장히 선명하고 큰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생각으로 ‘지금 내 나이가 몇 살이니 앞으로 팔십 ~ 구십세 정도에 돌아오는데 아~! 이거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마 이때 처음으로 ‘혜성’이라는 단어를 들었던 것 같다. 그 후로는 ‘혜성’과 관련된 외화나 영화를 TV에서 몇 편 볼 수 있었다. 그 후 잠깐 동안이지만 혜성에 대한 동경도 있었던 같다. 중학교 말 고등학교 진학 바로 직전에 3개월 동안 국영수 단과목 학원에 다닌적이 있었는데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 30분 정도는 되어야 들어 갈 수 있었다. 그 때 하늘을 바라보다 ‘저것이 혜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것을 계속 쳐다보며 걷다 논두렁에 빠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호주 탐사와 100북스클럽 천문학 소모임을 다녀온 뒤로) 그것이 오리온 네불라(오리온 자리 삼태성 바로 밑에 있는)로 생각된다.

어제의 천문학 소모임은 마치 대학시절 MT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보일러가 고장나는 바람에 선풍기 처럼 생긴 온풍기도 틀어 놓고 가스 스토브도 틀어 놓고 바닥이 차니 바닥에는 이불을 깔아 놓았다. 먼저 잠을 청한 사람들의 코고는 소리와 일어 났을 때 좀 초췌한 얼굴이라던지 ㅋㅋ 박문호 박사님의 천문학에 관한 강연은 10시에 시작하였기 때문에 그 전에는 마음이 맞는 회원들 끼리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과일과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하는 시간도 있었다. 잠깐 농담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문호 박사님의 강연은 약 3시간 짜리라 쉽게 정리 할 수 없을 것 같다. 천문학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개부터 천문학에서 다루는 시간의 3가지 개념(핵반응시간, 열시간, 동력시간?), 가스 성운이 중력수축하다가 핵반응에 의해 별이 주계열(주계열, 적색거성, 백색왜성 등으로 나뉨)로 들어가기 시작한 별의 탄생과 일생 이야기, 별의 질량과 광도에 대한 이야기, 핵반응은 그 온도에 따라 P-P, CNO, 3알파의 작용으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등등등 결국 이런 내용 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결국 ‘스펙트럼’에 대한 이야기 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모든 것들은 별이 주는 정보는 빛 뿐이고 그것을 스펙트럼을 통해 그 빛을 분류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제 모임에서 난 기록하지 않았다. 박사님 말씀대로 별과 친숙하게 되는 것이 먼저 우선일 것이고 강연 내용은 앞으로 책을 통해 만나면 반가울 것이고 기억을 되살려 그 때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구나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밤 11시가 조금 넘었을까 박사님이 가져온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제일 먼저 본 것은 ‘화성’이었다. 화성은 누구나 알듯이 우리 태양계에 속하는 것이고 붉은 빛을 띄워 한번 알게 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큰 망원경을 통해서 봐도 그냥 별로 보였다.(-_-;) 그리고 ‘holmes 홀메스? 홈즈? 혜성’도 보았다. 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호주 탐사팀의 박혜영 대원에게 별사진 촬영을 가르쳐 주신 이윤선생님의 설명과 직접 가져오신 쌍안경을 통해서 바라 본 혜성은 신기했다. 레이저 포인터로 직접 찾아서 찍어 주셨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뭐니 뭐니해도 어제 소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다른 우리 은하계가 아닌 또 다른 우주를 보았다는 것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페가수스 자리의 2학년 3반 자리에 있는 M32 안드로메다 은하와 북두칠성 국자 모양에서 첫 번째 별과 세 번째 별의 직선 연장선에 있는 M81, M82 은하를 망원경을 통해서 직접 보았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망원경을 통해서 바로 본 은하는 회색으로 은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직접 본 은하보다 좀 더 큰 망원경을 통해 사진을 찍은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더욱이 별이나 은하에 대한 강연을 듣고 바라본 하늘은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새벽 4시 10분쯤 되었을까? 박사님의 특유한 감탄사가 또 들려온다. “와~~! 세상에~~! 이럴수가~~!” 그 때 밖에서 있던 사람은 박사님을 제외하고 이정원 회원, 문경목회원 그리고 나 밖에 없었는데 다들 ‘무엇인가 또 찾으셨구나’를 생각했을 것 같다. 근데 이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다. 직접보라고 하셨다. 아마도 내가 제일 먼저 보았을 것인데 보자 마자 “우와~~! 와~” 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정원 회원과 문경목 회원도 보자마자 단지 감탄사만 할 수 있었다. 그것은 토성이었는데 황금빛으로 노랗게 빛나면서 토성의 띠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빛에 의한 띠의 그림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후에 강신철 교수님은 나오셔서 보시곤 ‘UFO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박문호 박사님의 사모님은 ‘쌍화탕에 계란 동동 노른자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너무 앙증맞게 귀엽고 이쁘게 보였다. 그리고 위성 타이탄도 볼 수가 있었다. 난 박사님께 말씀드렸다. “박사님~! 다음 모임에는 망원경 가져오시지 마시죠. 다른 사람들 아쉬워하게요. 그리고 자랑하게요.” 토성의 아름다움은 쉽게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책에서 보던 사진을 실제로 본다고 생각해 보시길. 사실 실감나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점점 날이 밝아 오면서 별도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태양계 행성인 화성과 금성이 제일 마지막 까지 남았고 봄의 대곡선상에 있는 스피카와 겨울철 대삼각형이자 북반구에서 제일 밝은 별인 시리우스 또한 역시 빛의 강자였다. 이 때 느낄 수 있는 것이 낮에도 별은 있다는 것이다. 단지 태양의 빛이 지구의 대기산란에 의해서 별이 보이지 않을 뿐~! 모든 별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망원경을 통해서 보면 토성을 볼 수가 있었다. 이미 망원경으로 위치를 잡아 놓았고 지구 자전속도에 맞게 추적할 수 있게끔 해 놓았기 때문에 계속 볼 수 있었다. 결국 우주적인 입장에서 보면, 밤만이 있을 뿐이다. 낮이라는 현상은 지구의 특수성일 뿐이고 우리의 인식을 좁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주에는 밤이 존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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