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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6일 100booksclub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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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월 5일 토요일) 시골 집에 다녀왔다. 한 일년 넘게 집에 들어가 살다가 이제 한달 넘게 나와 살았으니 꼭 어버이날이 아니더라도 얼굴정도는 보여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오랜만에(?) 집에 가니 제일 반겨주는 것은 우리집 강아지(이제 개인가?) 진돌이(http://soreep.net/Music/jindolRunning.wmv), 이제 많이 컸다. 사놓기는 했지만 아직 못 읽은 책을 한권 선정해서 책을 읽고 자정쯤에 잤다. 잠자리가 편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일찍 일어났다. 80리터를 담을 수 있는 배낭에 집에 있는 책을 몇권 가져오려고 책을 넣었지만 많이 넣을 수가 없었다. 책 무게가 많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배낭을 배고 대전으로 넘어오는데 허리를 약간 앞으로 숙여야지만 하는 것이 군대 시절 완전군장하고 행군하는 생각났다.

오자마자 배낭을 내려놓고 바로 다시 버스를 타러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백북스 클럽 산행에 처음으로 나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송나리씨하고 서윤경씨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2~30분 정도 빨리 나왔기 때문에 셋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내용 중에 이런 말도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나에게 왜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뭐 계룡산 올라갔다 오는 건데요~!

계룡산은 군대 가기 전부터 그냥 심심하면 갔다가 오는 산이었고 계룡산 종주를 해도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던 산이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복장으로 왔던 것이고 마음은 아주 여유만만 하였던 것이다.

두시가 다 되어가니 하나 둘 모이더니 모두 오셨다. 처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행하다 보니 한 10년 쯤에 가본 등산로 같다는 생각도 든다. 원체 지명이라 던지 뭐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다보니 병사골부터 시작하였지만 병사골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처음 코스는 병사골이라는 곳에서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였는데 모든 산이 거의 그렇다시피 처음에는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군봉이 해발 몇 미터인지는 모르겠지만 5분에서 10분 올라갔을까 다리가 뻑적지근해 오는게 만만치 않다. 사실 박문호 박사님이 선두였고 그 뒤를 문경수 회원이 따르고 있었는데 박사님이나 문경수 회원이나 날아가 듯 산행을 한다. 처음에 그 뒤를 쫓아 가자니 처음부터 힘들어 왔던 것이다.

초반 어느 순간부터 박문호 박사님이나 문경수 회원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어느새 앞질러 가는 문경목 회원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아직 까지는 이진석 회원님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앞서 가시더니 이진석 회원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경치 좋은 곳의 바위에서 박문호 박사님이 쉬고 계신 것이 보였고 이진석 회원님도 잠시 서서 쉬고 계신 것이 보였다. 어렵사리 쫓아 온 나에게는 언뜻 든 생각으로 '아 여기가 쉬어가는 곳이구나' 생각되어 "아! 이제 살겠네요."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 때 이진석 회원님의 한 마디 "소립씨! 우리 먼저 가지!" 어쩔 수 없이 잠깐 서 있다가 다시 출발 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 10분 정도 쉬었다 가고 싶었는데 박문호 박사님에게 또 뒤쳐질 수는 없으니 먼저 출발 할 수밖에 없다.

보이지는 않지만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박문호 박사님이다. 또 뒤쳐진다. 아~! 통재라! 그러나저러나 문경수 회원과 문경목 회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박문호 박사님이 말씀하신다. "뒤에 또 오고 있죠?" "아 네~" 이 때 까지도 목원대 김홍섭 회원이 아직은 한참 뒤늦게 따라오고 있었다. 이 때 시간이 3시는 넘었고 세시 반은 아직 안되것 같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가는 때 쯤 뒤에서 뛰어오는 듯한 정말로 빠른 소리가 들려온다. 불안해 할 필요는 없지만 또 뒤쳐질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절로 급해진다. 한참 뒤늦게 쫓아오던 김홍섭 회원이다. "같이 가요~" 하더니 순식간에 앞질러 가더니 또 뛰어간다. 아~! 통재라~! 앞질러 가기 전에 이 산행이 언제쯤 끝나는지 물어봤다. 오후 5시 15분~20분 정도는 들어간다고 한다. 김홍섭 회원이 앞질러 간 시점부터는 이제는 혼자만의 산행이다. 10년전쯤에 가봤던 기억이 나는 듯 하지만 사실 그런 느낌만 있을 뿐 길도 낯설다.

오는 동안 내내 더워서 벗어 손에 들고 다니던 트레이닝 복 상의가 상당히 신경에 거슬린다. 그리고 정확한 목적지도 어딘지 모르겠다. 등산로는 이게 등산로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과 내려가는 곳이 많아서 한손에는 트레이닝 복 상의를 들고 있고 한손으로 밧줄을 잡자니 조심스러운 나로서는 불안하기도 하고 손바닥은 뜨껍게

화끈거리고 아프다. 결국 불편하면 아이디어가 생기던가?! 트레이닝 복 상의를 망또처럼 뒤에 두르고 소매로 목부분에 감아서 묶으니 그다지 덥지도 않고 양손이 자유로워 편하다.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윤기가 흐르는 나무의 줄기도 잡으면 손바닥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가 4시반 전후 인것 같다.

사실 오후 4시가 넘어가기 시작해서 부터는 허기와도 싸워야 했다. 아침 겸 점심으로 10시경에 밥 먹은 후 그리고 출발하기 전 송나리씨가 준 조그만 떡 하나가 전부였는데 너무나 배고팠다. 그냥 배고팠다.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차피 혼자 제일 뒤에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은 편했다. 그래도 힘들었는지 이제는 목표의식 그런 것도 없다. 그냥 걷는 것이다. 멀리 앞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바로 눈앞의 디딤돌이나 계단만 응시하면서 걸었다.

4시 3,40분경 드디어 물을 양껏 마실 수 있는 남매탑이다. 약 3.3km를 걸어 온 듯 하다. 정확한 목적지를 의식해 두고 있었던게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그 순간 박문호 박사님의 '관음봉에서 봅시다' 라는 말이 스친다. 남매탑에서 2.1km를 더 가야 하는데 벌써 4시 40분 정도 되었던 것이다. 갈까 말까? 가서 일행의 품에 안길 때 '기브 미 쪼꼬렛  하면 사람들이 웃어 줄려나' 거북이 등에 올라앉아 10분 이상 고민이 된다. '아 이거 생각만해서는 안되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다시 걸음이 걸어진다. 남매탑에서 삼불봉까지는 거리가 가까워 금방 올라갔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을 바라본다. 사실은 표지판에서 산 모양새와 실제 산세를 비교하니 쉽게 관음봉이 찾아진다. 1.6km 표시된 시간은 한시간! 이미 시간은 5시 10여분!

아! 이거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다시 고민이다. 그래도 내리막길이고 바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관음봉을 향하여 내려가기 시작한다. 근데 이상하다.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중간에 다른 길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 20여분 걸어 내려가니 눈에 아주 익숙한 곳이다. 그곳은 금잔디 고개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 때 자포자기한 상태가 되었다. 넓적한 바위판에 누워서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몇분이 흘렀을까? 바람소리와 산새소리가 아니고 사람 말소리가 들린다. '우리 일행인가?' 당연히 아니었다. 갑사쪽으로 내려가는 두명의 친구인가 보다. 다시 눈을 감고 있으니 살짝 잠이 들었는지 땀이 식어서 몸이 춥다는 생각이 들며 정신이 들어온다. 시계를 바라보니 6시이다.

얼른 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휴대폰과 지갑을 문경수 회원 차에 두었기 때문에 일행과 만나기 위해서는 내려가서 휴대폰을 빌려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다. 공중전화가 있다면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내려가면 7시 이후가 될 텐데 다 식사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점심도 못먹고 허기져 힘들어 죽겠는데..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금잔디 고개에서 남매탑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돌 틈 사이에 방울토마토가 끼어 있는 것이 보인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순간 갈등! 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금잔디에서 남매탑까지는 잠깐 오르막에 모두 내리막이니 쉽게 갈 것 같다. 그러나 안내판을 보니 남매탑에서 동학사까지는 1.6km이다. 한시간 정도는 걸어야 하나? 이제는 조심이고 뭐고 바삐 걷는다. 어디서 힘이 다시 생긴 걸까?

다 내려오니 관음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남매탑에서 내려오는 길의 교차점에서 우리 일행을 만났다. 순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께 감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힘들었지만 제일 힘들었던 것은 계룡산이 자주 가던 산이었지만 내 인식과 실제 몸으로 느끼는 느낌의 차이가 컸다는 것이다. 페이스 조절이 안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니 그런 것이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준비성에 게으르고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군대있을 때 체력으로 ‘괴물’ 이라는 별명도 얻었었는데.. 한달 꾸준히 운동 더 하면 조금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오늘의 경험이 다음 번 산행에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s: 식당에서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김치전, 도토리전 그리고 도토리 묵 무침 정말 맛있었습니다. 정말 꿀맛 이었죠. 하하하 (산에서 샤워하고 치킨에 맥주 500CC가 먹고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먹고 말았습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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