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학사 쪽 계곡에 가서 야외 명상 수련을 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왜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나 의아스러웠는데 요즘은 어딜가나 매미 소리가 들린다. 계곡 물소리와 매미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내 마음을 씻겨내듯 시원하게 들린다.
가는 도중 빗방물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긴 했지만 간간히 나뭇잎 사이로 햇볕도 들고 해서 날씨가 괜찮았다. 명상을 시작하고 부터 특히 최근에서는 바람 한점, 작은 물방울 소리에도 교감이랄까 일치감 같은게 느껴진다. 대둔산 널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 나는 바람이 되어 자유로웠는데 오늘은 계곡물이 흐르는 중간에 드러난 바위에 걸터 앉아 물소리를 들으니 나는 물이 되어 계곡물과 같이 흘렀다.
너무 몰입된 것일까? 아니면 살짝 잠이 든 것일까? 의식은 깨어 있는 것 같은데 아찔하게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눈을 떴다. 그 찰나에 어느 순간부터 물소리와 매미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지극히 평온한 느낌이다. 몰입이면 어떻고 살짝 잠이 들었다면 어떠한가! 순간이나마 근심 걱정을 덜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좋지 않겠는가!
아마 같이 간 문우님들께서 준비해오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명상을 했기 때문에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ㅋㅋ 개인적으로 어디 갈 때마다 잘먹는다. 오늘은 유부초밥에 약밥에 사과에 그리고 달콤한 빵까지.. 아무것도 준비해가지 않은 나로서는 염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제일 잘 먹는다. 하하하하
다음 번에는 개인 나무젓가락이라도 가져 가야 할까보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바람이 되어 자유로웠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 나는 물이되어 흘렀다
매미 소리가 나를 관통해 가득 채우면 내 마음은 녹아 없어졌다
나는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