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2 도명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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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간다고 하면 언제나 은근한 설레임이 밀려온다. 혹시 몰라 알람을 몇개 맞춰 놓고 잤는데 이 설레임 때문일까 잠깐이지만 6시쯤 일어났다.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아 순간 늦은게 아닐까 걱정되어 빨리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한시간 정도 더 자도 된다는 생각이 결국 8분정도 지각했다.

 

도명산(道明山), 도가 밝아지는 산인가? 도명산은 높이 643m의 산이고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다. 작은 산이지만 신선이 꾸며 놓은 정원일까? 신선이 노닐 만한 곳으로 아기자기하게 있을 것은 다 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산이다. 도명산으로 가던 중 길을 잘 못 들기도 했지만 산에 가까워 지면 깨끗하고 풍부한 화양계곡의 물이 등산객을 반겨주니 마음이 다시 들뜬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산위의 백사장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한 장소가 나오는데 그곳에는 사람들이 파라솔을 치고 마지막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해수욕장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좋아 보였다.

 

화양이라는 지명은 화양계곡에 들어서 걷다보면 안내표지판을 보면 알 수 있었지만 기억이 짧아 인터넷에서 찾아 봤다.

[조선조 성리학자이면서 효종의 사부였던 우암 송시열이 낙향하여 은거하던 곳으로, 특히 빼어난 9곳의 경관을 화양구곡(華陽九曲)’이라 일컬었는데, 화양동은 원래 황양나무(회양목)가 많이 서식하여 황양동이라 부르던 것을 우암이 명나라를 숭모한 모화사상으로 중화를 뜻하는 화()자를 빌어오고, 일양래복(一陽來復)의 양()자를 따서 화양동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또한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구곡의 이름을 붙이게 된다.]

 

지난달에 다녀온 대둔산 수락계곡과 도명산의 화양계곡은 차이가 있었다. 수락계곡은 등산로 옆으로 물이 흘러 차갑고 등산중에도 쉽게 계곡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화양계곡은 도명산자락을 끼고 돌기 때문에 등산도중에는 계곡물에 접근할 수가 없으며 물이 차갑다고 말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풍부한 수량이 기암절벽을 끼고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은 절로 감탄한다.

 

대둔산에도 마애석불이 있었고 도명산에도 고려시대 초기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석불이 있다. 커다란 수직 암벽에 마애석불이 3개 정도 새겨져 있다. 서산마애삼존불상만 있는줄 알았던 무식쟁이라 대둔산에서 마애불상을 봤을때도 살짝 놀랬지만 도명산에서 또 봤을 때는 더 크게 놀랐다. 불교가 외래종교라지만 천년이상 긴 시간을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긴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마애불상을 새긴 우리 조상에게는 이미 일상(日常)이었을 것이다.

 

이번 산행에서는 산초를 배웠다. 산초는 밑에 지방에서는 추어탕이나 보신탕에 넣어 먹는다고 알 고 있다. 산초열매의 향을 맡아보니 풋내가 나는 초록색 향의 독특함이 코끝을 찌른다. 산행할 때마다 하나씩 배우고 있다. 그나저나 산초도 식용이네요.^^


귀를 기울이면 곳곳에서 가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저 원장님 말씀대로 이번 산행멤버들은 마지막 더위를 도명산 화양계곡에 등 떠밀어 놓고 왔다. 대전으로 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 보니 권층운이 보였다. 역시 가을 구름은 가볍다. 덩달아 마음도 가벼워 진다.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떠난다는 사실과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과정이 더 즐겁다.

 

 

학소대교에 있는 시비(詩碑) 

 

교심(橋心)

 

태고의 신비를 안고

 

계절따라 몸단장하며

 

님 기다리는 도명산

 

나는 그녀가 뿜어주는

 

산향기 개울바람 마시며

 

수정알 같은 냇물에 발 담고서서

 

그의 님 기다린다

 

아 그러나 내마음 두렵구나

 

누가 이 길을 건너갈까

 

저 청순한 여인의 품같은 계곡속으로

 

행인아 고이 다녀오소

 

흰구름 산허리 스쳐가듯

 

봄향기 여인의 옷자락 스쳐가듯

 

           경오년 여름      

           영희의 글을 미산 쓰다

 

 

다음 산행은 태안에 있는 백화산으로 갈 예정입니다. 전복먹으러 간데요. 많이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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