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은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세계의 석학답게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의견은 신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한 책 몇권이 떠 올랐다. 대표적인 것은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와 <여자는 무엇인가>이다. 그 외에 <절차탁마대기만성>과 <도올과 달라이라마의 만남>, <데카르트의 오류>등이 생각났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보더라도 신이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로 인간 앞에 나타난 적은 없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한다면 결국 개인적인 내면현상 속에 나타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이 왜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가>에서는 신비체험 하는 사람들의 뇌를 조사하는데 신비체험하는 순간 뇌의 기능이 활성화 되거나 억제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명상이나 훈련을 통하여 몰입과 같은 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뇌의 기능이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어떤 할머니는 뇌 이상으로 5살 시절 듣고 불렀던 노래가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울려 다시 회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신’이라는 개념은 뇌작용의 부산물인가? <신은 왜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가>의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뇌가 지금처럼 만들어져 있다면, 우리의 마음이 더 깊은 실체를 느낄 수 있는 한, 영성은 계속 사람의 경험에 영향을 미칠것이며, 그리고 신은, 우리가 그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든지 간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뇌와 의식은 진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모르겠지만 진화하는 방향에 따라 신의 개념은 바뀌거나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만들어진 신>은 종교에 대해서 말하지만 대체로 기독교를 비판하는 시각이 강하다. 그것은 서구사회에서 자란 저자의 환경요소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의 도덕성을 생각해 볼 때 우리의 행동은 위(=하느님, 하나님)에서 지켜보고 판단하시기에 그 주(主)를 믿고 착하게 살자는 것인 반면에 중국(동양사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되기에)은 그 도덕성을 역사에 맡긴다. 후에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절차탁마대기만성>과 <여자는 무엇인가>는 역사속에 뭍혀 있던 새로운 바이블의 발견과 그 내용의 불일치 그리고 서양 사람들의 문화속에 팽배되어 있는 맨(man, 사람)과 동양 문화권의 르언(人, 사람)을 비교하는 등의 예로 들면서 가식없는 역사속에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주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왜 유태인 유목민들은 천민(天民)사상이 발달했고 농경을 발달시킨 동양 민족은 왜 하늘사상 뿐만 아니라 따님(=땅)사상까지 발달했는지를 역사적 맥락속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적 배경과 자연에 대한 환경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내용이다.
신체와 영혼은 하나일까(심신일원론)? 아니면 신체와 영혼은 분리된 것일까(심신이원론)? 리처드 도킨스는 심신일원론에 쪽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데카르트의 오류>를 보면 초반부에 실제 인물인 피니아스 게이지(이름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라는 사람을 소개한다. 이 사람은 광산에서 폭약을 다루는 일을 하였는데 어느날 사고를 당한다. 폭발로 못이 뇌의 전두엽쪽을 관통한 것이다. 사고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 사람은 상냥하고 유쾌했던 성격이었는데 갑자기 포악해지고 성격이 괴팍해진다. 최신 뇌과학 이야기를 접하거나 책을 읽어보면 심신일원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왜 뇌는 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일까? 신화와 과학의 차이점을 들어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화는 성급한 반면에 과학은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 당장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 때 신화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책을 성급히 만들어 놓는 반면에 과학은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을 보류하며 그것을 탐구한다. 신화나 전설은 와전되거나 과장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에 어떤 현상이 일어난 것은 분명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좀더 차분히 기다리거나 탐구해야 하는 습관(=독서)은 길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에 충만된 행복이나 느낌을 전달하려면 결국 뇌를 통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신> 책 내용중에서 마음에 든 글귀 중에 하나
100인치 짜리 망원경으로 먼 은하를 들여다보거나, 1억년 된 화석이나 50만년 된 석기를 손에 쥐거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엄청난 공간과 시간의 균열 앞에 서 있거나,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우주 탄생의 순간을 응시하는 과학자의 말을 듣고 있는 때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이 있겠는가? 그것이 바로 깊고도 신성한 과학이다. - 마이클 셔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