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은 아무래도 평생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오늘 같이 간 회원들이 나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 원인은 '저혈당' 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 봤지 원인도 모르고 증세도 몰랐는데 오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나의 경우에 해당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정상인의 경우 이른 아침 공복시 혈당치는 60~100㎎/㎗이며 식후에도 160㎎/㎗ 이하이다. 혈당치가 50㎎/㎗ 이하로 떨어진 경우 저혈당이라고 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신경증세를 저혈당증이라고 한다.
끼니를 거르거나 심하게 운동을 하거나 하면 나타날 수 있는데 남녀나 연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경미한 증상은 지나친 배고픔, 쇠약, 신경과민, 감정의 불안정, 식은땀, 두통 등이 나타난다. 중등의 증상은 피부가 차갑고 끈적끈적해지고, 심장 박동이 세지고,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고, 걷기 곤란해지고, 입 주위와 손가락의 마비, 기억상실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전신경련과 혼수상태에 빠지고,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사망에 이른다.
나의 경우에는 지나친 배고픔을 느꼈고 쇠약해졌으며 식은땀 두통등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평소 식습관이나 전날에도 밤새고 등산한 것이 무리가 온듯 하다. 이 저혈당증세가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해지 못할 것 같다.
산에서 개인적으로는 잠시 쉬면 괜찮아 질까 그래서 누워서 잔것이 한시간(문경수 회원에 의하면) 정도 된 것 같다. 내려오지 않는 나를 위해 결국 문경수 회원, 박문호 박사님께서 올라 와 주셨고 박박사님께서 문경수 회원에게 가서 사탕하고 물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시고 문경수 회원은 다시 내려가서 사탕하고 물을 가지고 또 다시 올라오고..
아! 이런 이거 몸둘바를 모르게 미안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다들 천천히 내려가시라고 저도 쉬었다 내려간다고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한 말을 한것은 자고서 아침에 내려가고 싶다고..몸을 가누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박박사님이 그러면 죽을수도 있다고 호통치듯 말씀하셨지만 그 순간에는 잘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신차리고 내려오면서 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산에서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니 위험하다는 말씀을 듣고 이해가 갔다. 해병대 장교로 있는 친구에게서 바닷물이 20~25도씨 정되 되는데 그 바닷물 속에서 30분 정도만 있어도 저체온증으로 위험해 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근데 사탕 몇개를 먹고 박박사님께서 몸소 떠다 주신 계곡물을 마시니 채 5분도 안되어서 정상 체력으로 다시 힘이 솟아난다. 정말 스스로 경험하면서도 믿기 힘들다. 몇발자국 걷기조차 힘들고 정신도 없었는데 그 사탕 몇개하고 물이 정신을 바짝들게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이미 산이 어두워 졌기에 바로 발밑도 안보인다. 그래서 휴대폰 빛을 이용하고 내려오는데 휴대폰 빛도 이젠 배터리가 떨어지려 한다. 다행히 내려오는 중간에 만난 야간산행하시는 분들이 같이 내려와 주셨고 그 분들은 랜턴이 있었기에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분들과는 분기점에서 헤어져 다시 휴대폰 빛에 의지하여 내려오는데 이번에는 계룡산에 기도하시러 가시는 분들을 만나고 그 분들이 주신 초에 불을 붙이고 그 초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모두 무사히 내려 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미안하나 박박사님의 평소 말씀처럼 '한식구'이란 표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나 또한 회원 다른분에게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도울것이니 미안한 마음은 이제 그만 표현해야 겠다. 하지만 각자가 알아서 몸관리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함을 느겼다.
박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체중에 비례하여 칼로리 소모가 높아지므로 살을 빼야 한다고 하시는데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은 어려우니 장기적으로 그렇게 해야 겠고 당분간은 비상식량(사탕이나 초콜릿 바 같은)을 챙겨 다녀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꼭 섭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위급상황을 위한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먹고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방법도 괜찮을 듯 하기 때문이다.
ps
1. 오늘 새로 오신 두분도 계셨는데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니 다음번 산행에 꼭 나오셔서 멋지게 산행하는 저의 모습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2. 그나저나 밥많이 먹고 올라가면 배가 땡기고 일찍먹고 올라가니 배고파서 저혈당증이란 증세도 걸려 보고 앞으로는 산행하면서 조금씩 먹는게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3. 오늘 산행에 오셔서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는 산행전날 밤새는 것이나 주말에는 밥해먹기 귀찮다고 굶거나 라면 한개로 버티는데 이런 "짓"은 하지 않고 몸관리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 고생하면 본인도 미안하고 힘들고 모두 고생한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았지 실제 느껴보니 죽을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