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후배가 사준 책이다. 선물해 준다는데 어떤 책이든 무슨 상관이 있게느냐마는 '생산적 책읽기 50' 이라는 제목에서 이 책은 이렇게 저렇게 구성되어 이겠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겠네 하면서 미리 판단이 되었기에 삐딱한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주 쉽게 씌여진 책이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또는 '이런 생각도 있구나' 고민 고민 하거나 확- 하고 내 생각을 뒤바뀌어 주는 책이 좋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얼마 전부터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식으로 글을 표현하는지, 어떤 식으로 말을 이끌어 가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우주의 구조 1장에서 알베르 까뮈의 예를 들은 것은 나에게는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논리구조였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까뮈의 사고방식에 동조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하면 좋지!' '누가 몰라서 안하나?' '나도 하고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나쁜 생각이고 선입견이며 편견 그리고 오만이었다.
저자는 사소한 것과 소소한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도 당연한 것을 비범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창의성을 강조한다. 나의 삐딱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부분은 대략 공각기동대나 만화이야기를 할 때였을 것 같다. 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데 술자리에 까지 가서 책을 읽는다는 저자가 설마하니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에 대해서까지 이야기 할 줄은 몰랐다. 저자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고 책이나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도 배울 점을 찾아내고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이 좋은 것 중에 한 가지는 본인이 읽은 책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각 주제마다 연결시켜 주고 있는 페이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책도 몇 권 있었다.
사실 저자는 경험에서 오는 자극과 그 자극에 대한 학습(반응)을 아주 중요시 한다.
"자극은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커지고, 자극이 커지면 그곳에서 얻는 경험도 많아집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경험에서 얻는 자극입니다." - 나카타니 아키히로 -
저자가 나카타리 아키히로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이 책은 상당부분 교육학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다. 아무래도 저자는 교육학을 상당히 접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위의 인용도 따지고 보면 행동주의 학습이론에 기반한 내용이고 저자는 자극과 반응에 대해서 너무 자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에서는 자극과 반응의 연합을 학습되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는 잠재적인 것도 포함한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는데 이 책은 독서를 통하여 학습을 하며 그 학습으로 자신에게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방법론적으로 50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1. Learning by doing : 교육학을 배우다 보면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과목을 배우게 된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잘 가르치는 것인지 수많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직 선생님들에게 들어보면 왕도는 없다고 한다. 각자의 개성과 성향이 모두 다른 아이들을 한 틀에 몰아두고 한 가지 방법론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Learning by doing은 그중에 한 가지 방법론으로 직접 행동(가르치면서)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노작교육이며 동료교수법등의 방법도 있다. 학습의 기억을 절차기억으로 표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스스로 누군가를 가르치게 되면 더욱 많이 알아야 하고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알려고 더 노력하는 경향도 있다. 즉, 책을 읽는다면 읽으면서 이 부분은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해줘야지! 하고 생각하며 읽는 방법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2. 피그말리온 현상: 자기충족예언 효과라는 말로도 사용된다. 다른 두 사람이 비슷한 이론을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예로 무슨 은행이 망한다고 누군가 소문을 내면 그 소문은 금세 퍼지게 되고 사람들은 모두 예금을 인출하려고 할 것이니 은행은 실제 망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난 이 책을 못 읽었을 거야’ 하는 것 보다는 읽겠다고 마음먹으면 다 읽을 수 있는 것이다.
3. Give and Take, 공짜는 없다 :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특히 독서를 하는 것은 운동을 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몸으로 생각하면 명확해 지는 경우가 있다. 투자한 시간만큼 내공이 쌓인다는 것이다. 운동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에 따라서 몸은 정직하게 표현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책에서는 지식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랍비와 부자들의 예로도 이야기 한다. 물론 독서와 운동에는 돈과 시간이 들어갈 수 있지만 투자를 해야 얻는 것도 생긴다는 것이다.
4. 머리가 아니라 손: 저자는 책을 읽고 외우고 사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도 상당히 중요시 한다. 그래야 뇌에 자극도 생겨 개념도 잘 잡히고 창의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조카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보석상자
오늘 엄마가 보석상자를 사주었다.
그안에 보니
정말 예쁜 것이 많았다.
목걸이, 반지 팔찌, 이쁜 귀걸이
너무 신이 나서 팔딱팔딱 뛰었다.
하나밖에 없는 보석상자
그 안에 엄마의 마음이
가득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윤희야, 어떻게 이런 글을 썼는데? 처음부터 생각하고 쓴 거야?"
"아니요, 그냥 쓰니까 그렇게 됐어요."
5. 지식의 식민지- 책에서 창조성을 끌어내라 : 교육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학습후의 사고, 행동 등의 변화된 양상이 목적이 맞는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학습이 되었다면 그것은 연계되거나 전이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다른 타과목을 새로이 배우는 내용이라도 기존에 배운 것을 토대로 하여 쉽게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창조성이라는 것은 내 생활과 연관이 되었을 때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김정운 교수는 창의성에 대한 정의를 이미 있어 왔던 것을 재배열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책의 내용은 일상으로 연계되거나 전이가 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자와의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다. 대부분 책에 밑줄 긋고 정리한 내용을 적기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 같다. 물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습에는 의도적 학습과 의도하지 않은 학습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의도적 학습은 본인 스스로의 의도나 교사 등 가르치는 사람의 의도대로 학습하거나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의도되지 않은 학습은 예를 들어서 이야기 하자면, 나는 밑줄을 긋지 않는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하고 의도되지 않게 엉뚱한 부분도 봐야 하는데 이런데서 학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언행이나 옷차림등도 학생에게 학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교육 과정 속에 계획적으로 집어넣지 않지만 그런 의도적이지 않은 학습도 발생하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의도되지 않은 학습도 있다는 것이고 그것도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배보고 교육대학원에 들어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수업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깊이 있게 이론에 대해서 배우지는 않지만(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지만) 인간에 대한 많은 실험과 연구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는 학습이론과 교수학습방법 이 두 가지를 알아보시면 독서하는데 있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 외의 내용을 발견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행동주의 고전적 이론인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대한 현실적인 적용에 대해서 이야기 한 가지를 하자면 우리는 치킨집이나 피자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다. 그러면 쿠폰을 가져다준다. 그 쿠폰을 많이 모으면 공짜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파블로프의 조건/무조건 반사 실험의 내용과 무엇이 틀린가? 이런 내용이 잘은 모르겠지만 경제 쪽으로 넘어가면 한 '마케팅' 전략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안하는 저로서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 틀린 것이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르는 내용도 아는 내용처럼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당연한 말이지만 위에 언급한 내용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번 추석은 이 책을 선물로 조카들에게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