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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6 강원도 횡성휴게소의 산사나무

강원도 횡성휴게소의 산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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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본 것은

오월 이십삼일 시침과 분침이 자정으로 달리는

강원도 횡성휴게소이다.

 

누런 달이 수묵화처럼 번지는데

얇은 안개를 휘 두른 신비로운 모습으로

활짝 피어나는 웃음을

어스름하고도 뿌연 우유빛으로 빛내고 있었다.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 보니

송이송이

생글생글

순박한 강원도 시골소녀 웃음처럼

따라 웃게 만들어

살짝 설레는 마음을 느낀다.

무엇에 대한

가벼운 기대감이 생긴다.

 

 

가로등 네온사인 불빛

연무(煙霧)에 붙잡힐 때

어둠을 붉은 알갱이로 채워

붉지만 더욱 어둑했다.

 

순간 흠칫.

어둑어둑한 어른 몸뚱이 만한 줄기속에

마음을 짓누르는 거뭇한 것이 보였다.

150여년 거친 세월의 세상 풍파에 시들린 듯

거친 시멘트로 속을 태우고 있었다.

 

화무십일홍!

꼴을 지닌 것은

언젠가는 어쩔 도리 없이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산사나무가

저물어 가는 황혼을 닮았다.

 

저물어 가는 황혼이 오더라도

꽃은

피우리라.

저 강원도 횡성휴게소

산사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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